On the way../시간을 잊은 여행자

그냥..이라고 해둬야할.(9)

지구별나그네 2011. 2. 21. 01:03
2011년 2월 14일 부산. 

어제는 TV에 자주 나오는
해운대 바닷가가 보이는 통유리 찜질방, 베스타.
바로 여기서 하룻밤을 보냈더랬다.

달맞이 고개쪽으로 올라가면 있는데
조금 골목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밤늦게, 아니 거의 새벽에 들어갔는데
찜질방 전체가 뭐 완전 말그대로 '단체 수면실';;
남/녀 구별도 없고..
큰 군대 막사 내무실 같이..
모두가 그냥 자고 있었다-
간혹 돌아다니는 사람이 몇 명인가 있었을 뿐..


쨋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진짜
달맞이 고개 쪽에서 해운대를
전망할 수가 있었다ㅎㅎ
오호라~~~


챙겨서 나오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언젠가 누구에게 장난스럽게 들었던
'부산에는 1월달에도 반팔티 입고 다닌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거-;;


이 내리고 있었다...


'나 따뜻한 남쪽으로 왔는데...여기 부산인데...;'
눈발이 꽤나 굵직하다.

부산에도 눈이 오긴 오는구나..
하긴 겨울이 한창인 2월이니 그럴만도 하지.하며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참 많이도 보며 온 겨울 바다지만
해운대는
여름에 그 복잡한 뉴스에서만 봐서
이렇게 춥고 눈까지 오는 겨울에 오니
조금은 더 특별한 느낌이 있는듯.

그래도 백사장만은
간간히 있는 사람들의 발자국들로 가득하다..

부산 갈매기들

너무 가까이 갔나
신발이 젖었다;;


얘네들도 한자리씩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는데
여름에도 있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ㅎㅎ


겨울 해운대 전경 동영상



조금 더 바다 가까이서 찍은거.




눈이 내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날씨는 흐렸고 
바닷바람이 있어 추웠다.


사투리가 구수한
부산 사나이 준호 형님을 만나기로 했다.
밥 한끼 같이 먹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눈이 더욱 더 많이 내린다.

센텀도 지나갔는데
다들 '엄청 크다'라는 말은 하는데
단순히 큰 백화점, 이라는거 외엔
별거 없는듯..
내가 뭐 쇼핑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감.


여기 부산입니다.
이정도로 눈이 오니
차들이 어쩔줄 몰라하는게 눈에 보였다.
일반 차량들은 물론 버스/택시까지도
무조건 천천히 천천히...ㅋㅋ


준호형이 데리고 가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속씨~원한 대구탕집!
난 처음인데~ㅋ

대구탕은 뭐 시키자 마자 나온 것 같다.
엄청 빨리 준다.

전날 무엇을 먹었건,
배가 고프건 말건,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시원하다'라는 것 뿐.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 든다ㅎㅎ

나갈 때 보니
유명인들의 사인이 벽면에 가득..



나왔는데 나는 물론
준호형도 깜짝 놀랐다.

눈이 계속 내린다.
아~주 씨게~~ㅋㅋ
여기 부산이라고;;

눈보라 날리는게 보이는 팔레드시즈 입구.


눈내리는 해운대 보며 커피도 한잔.
진짜 여유가 느껴졌다.

또 준호형은 일하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부산투어를 안내해주시겠다며
여기저기 설명을 해주셨다ㅎㅎ
감사해요 준호형.


사실 
부산에 수십년을 살아도
이정도의 폭설이 오는걸 보는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진짜 눈 많이 온다.."를 연발하고 있는 사이
해운대 백사장이 하얗게 뒤덮혀 버렸다!!

난 놀러 간거지만
부산 사는 준호형조차도 조금은
흥분했던 것 같다ㅎㅎ
정말 보기 힘든 거니까...

우린 급 흥분해서
눈 덮힌 해운대를 찍자며 나갔다.



계속해서 
"이게 말이나 되는기가~"를 외치며..

평생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눈 덮힌 해운대 인증샷.


부산 토박이 준호 형님.
여기저기 다 설명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솔직히 형님도 눈 덮힌 해운대는
신기한듯이 마구 좋아하시는 모습이ㅋㅋㅋ


바로 달맞이 고개 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 역시 온통 눈세상이다..ㅎㄷㄷ

이건 완전 강원도 레벨이라며
부산 살아도 보기 힘든 눈세상.

청사포까지 들어가면
등대가 하나 있다..

청사포 바닷가..
해운대와 달맞이 고개까진 모두가 알지만
더 안쪽으로 청사포까지는 잘 안들어오는 것 같다.
길도 복잡하고 그래서..


바로 광안리로 가려고 했는데
준호형이 이기대 공원이라는 곳을 가르쳐 주신다.
광안대교와 광안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ㅎㄷㄷㄷ
눈이 문제가 아니다.

여기가 원래 바람이 그렇게 장난이 아니라는데
진짜로 가만히 서있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서 몸이 흔들린다..
사진찍기도 너무 춥고;;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지만
날이 조금 흐리다.
잽싸게 사진을 찍고,

눈과 바다의 조화.
사진기 떨어뜨릴 뻔..

차 문을 열면 차 문이 빠져버릴 듯이,
차에 타고 있으면 차가 흔들흔들 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기로 원래 유명~한 곳이란다.
그런데 눈까지 날리고 있으니;;



너무 춥고 바람을 맞아서
얼른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트위터에서 광안리에 사신다는 한 분이 추천해준
빈스빈스.

삼청동에서 처음 알았고
청담까지 생긴건 알았는데
부산에까지 생겼을 줄이야..ㅎㅎ

광안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다.

애플 시나몬 와플.
뭐 빈스빈스의 와플이야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ㅎ
언젠가 서울 시내에 와플로 유명한 곳은
빈스빈스, 하루에를 포함해서 싹다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역시 삼청동만한 곳이 없었던 듯.


뭐 맛보다도 일단 광안리 바로 앞이라는데 의의를..


이라고 하기엔
광안리 백사장까지 눈으로 뒤덮혀 버린 이 광경을 보고
준호형과 나는 연신
"우와~", "장난 아닌데~"를 입에 달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흥분해서 떠들고 있었다.

이 눈덮힌 광안리.
폭설이 내린 해운대와 광안리를
내 평생 다시 볼지 못할 지도 모르는데...

난 진짜 운 좋은 행운아라며
어떻게 이런 날 딱 부산 투어를 하게 되었을까ㅋㅋ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게 행운

광안리도 하얗게..

광안리 백사장에서 눈사람 만들기.ㅋㅋㅋ
잘 어울리는데?ㅋ

광안리도 바다는 바다.
파도는 치고 있었다..

부산에 수십년 살아도 실제로 보기 힘든 광경
10년만에 간 부산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ㅎㅎ
역시 운하나는 억수로 좋은 행운아다 나는.

마음껏 감상ㅋㅋㅋ



어떻게 딱 내가 부산 투어를 하는 날에
이런 폭설이 내려주었을까ㅎ

트위터에 눈 덮힌 해운대와 광안리 사진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진짜로 부산 살아도 보기 힘든 풍경인듯.


한가지 힘들었던건.
부산 시내의 길은 그리 좋지 않다.
말은 즉슨,
바둑판처럼 직선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좀 구불구불하고 
길이 합쳐지거나 갈라지고
신호도 불분명한 곳들이 있어
부산 운전이 익숙치 않으면 조금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다가 폭설까지 와주니..길은 얼기 시작하고..
또 한가지 준호형 왈,

"여긴 염화칼슘 같은거 읍따~!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설 작업따위 전혀 대비 안한다는거다.
하긴..뭐 눈이 잘 오지도 않는 도시인데ㅋㅋ

눈이 이렇게 왔는데 제설을 안하니
골목길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도로도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

눈이 안온 지역으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부산에서 하게 될줄이야ㅎㅎ


부산에 여행하고 있다니
흔쾌히 얼굴 보자고 하던 성진이.

아직 부산대 3학년이다ㅋ
어리다면 어린 친구인데 GRE 공부 하면서 만났더랬다 흠.

이참에
부산대도 한번 구경할 참으로 부산대로 갔다.
부산 시내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인데
일단 정문 앞 도착.
여기가 부산대구나..
부산의 서울대랄까ㅋㅋ

말한대로
제설따위의 단어는
안중에도 없는거다..
차고 사람이고 마구마구 미끄러지고 있던 부산대 앞 도로ㅎㅎㅎ

서울의 모 여대처럼 정문에 대형 상업건물이 있었다.
극장까지!!
이번 여행 중에 제일 많이 들렸던 베네도 역시 있다ㅎㅎ

정문에서 올라가는 길.
걸어내려오는건 안되고 미끄러져 내려와야함ㅋ

눈이 정말 ㅎㄷㄷ하게 왔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모두 감탄사를 연발 중ㅋ

성진이와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냉채족발을 먹으려 했으나
족발집에서 냉채족발을 오늘은 안한다는;;

그래서 교수님과 회식때 자주 간다는 횟집을 찾아갔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있었는데
참 시골 분위기 나고..ㅎ

단촐한 식탁.
하지만 이후의 매운탕과 함께 맛은 좋았다ㅎㅎ
뭔가 소소한 시골 밥상같이

꽤나 훈남인 성진이.
아직 3학년인데도 정말 열정적으로 공부하는게 느껴지는 아이.
성공해라~! 원하는 진로대로 잘 나가길..


부산대 정문에 있던 베네에 가서
성진이와 한참을 얘기하다보니 벌써 밤이었다.
부산 시내는 폭설 이후 밤이 되자
모두 얼어버려 완전 교통대란이었다는;;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동해안쪽은 1미터가 넘는 폭설에 또 폭설이 내려
완전 지옥이 따로 없다는 날씨 소식.



모든걸 떠나서
이제는 더이상 돌아다닐 의미를 못찾겠다.
일상에서 떠나서 공기 좋고 경치 멋진 곳들 충분히 많이 봤고
바람도 쐬고 정리도 다 되었는데..

그냥 의미 없이 여기저기 유명한데 가서 보고 사진찍고 하는게
혼자라서 그런가 재미가 없어졌어.
지금까진 '여행은 역시 혼자 다니는게 진짜지.'라는 마인드였는데-

안정적인 집 생활을 떠나서 하루하루 떠도는게
그리 유쾌하지 않게 된 것같아

바로 성우 시즌방으로 가서 좀 쉬고
보드나 타려했는데..

내비를 보니 부산에서 강원도 횡성까지는 꽤나 멀다ㅠㅜ
맘먹으면 그냥 운전해서 가겠지만
피곤할 것 같아
대구로 가서 하루 보내기로 하고 길을 떠난다.


부산-대구 고속도로가 새로 생겨서 1시간정도면 간다.
그런데 또 통행료가 만원!ㅎㅎㅎ
우리나라에 비싼도로 참 많구나~
거가대교는 이전에 가야했던 시간과 거리를 생각하면 인정,
그런데 부산-대구 고속도로는 뭐지..
경부보다 가깝긴 하지만 만원씩이나 받을 정도는 아닌데-

여튼,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10년전에 대구 동성로 축제를 생각하며 대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