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5 (Sat.) p.m 언젠가. 온도 : 영상 9도.
어제가 입춘(立春)이었다.
절기상 봄의 시작. 옛말이 틀린게 없지,
날씨도 지난 1월의 한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딱 맞춰서 영상으로 올라가며 바람이 포근하게까지 느껴진다.
미국 대학원들의 지원을 마쳐놓고서
정신줄 놓고 성우에서 상주하며
강원도 둔내 청년이 되어 스노보드를 즐기던 것도 잠시.
집에 돌아와서 설을 맞이하여 차례를 지내고 나니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이 다시 찾아왔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따위의 망상들이 머릿속에 스물스물 생겨나
시간은 흘러가고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 것 같은 생각.
당장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ASQ SSBB시험(3월 5일)도 신청해 두었으니 공부도 조금 해야하고
보고 싶었던 책들도 많고,
여친도 없는 주제에 데이트도 해보고 싶다.
문득 11년전, 스무살이 되던 해에
계획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서서 전국을 돌아다녔던 여행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른다.
언제나 처럼 그냥,
무엇을 정리하려는 것인지도 명확치 않고
어디로 가려는지 계획같은 것도 없지만
익숙해진 풍경을 떠나서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면
대학원 admission을 기다리는 초조함도 잊고
내가 지금 해야할 것들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해서...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속옷, 양말, 세면도구. 옷가지와 책 몇개.
사실 혼자 다니는 여행엔 짐이 많이 필요가 없다.
전보다 늘어난게 있다면 노트북과 아이폰 정도랄까.
아참, 돌아다니다가 성우 시즌방으로 들어갈거니 보드탈 준비도 해야지..
오늘도 하루종일 미드 몇편과 게임 몇판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먹고 잔것 빼고는 한 일이 없지만,
밤이 되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운전을 해서 갈까 차를 놔두고 갈까도 고민했다.
둘다 장단점이 있으니..
차를 가지고 가면 이동도 편하고 빠르지만
사람들을 마주칠 기회가 적어지고 때론 주차문제와 함께
차가 짐이 되곤 한다.
또, 차가 없으면 기차/버스를 타는 낭만도 있고
이동시에도 잠을 자거나 책을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을 볼 기회도 많지만 돌아다니는것은
아무래도 시간표에 맞춰야 하고 이동 수단 및 장소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결국은 이것저것 짐도 있고 조금 편하게 다닐 요량으로 차를 몰고 나왔다.
그런데 첫날부터 문제가,
이건 진짜 계획 없이 나온 게 티나는 건데..
어디로 운전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11년 전에는 '에라 모르겠다.!'하며 어디건 잘도 갔었던것 같은데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네비가 없는 것도 아닌데
부천을 벗어나기가 웬지 힘들다. 왜지??--;
첫단추.
일단 커피집에 들려 아메리카노 한잔 사들고 생각해보자.
어디로든 가면 무언가가 보이겠지.
우리나라 어딜가든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
그냥 가는거지.
가다가 심심하면 쉬고
책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사람 구경도 하고
좋은 풍경 사진도 찍고...
이러다 보면 뭔가 새로워 지겠지.
항상 이런 마음.
낙천적으로.
자, 이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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